서울대학교 35동에서 자란 배추들. (사진제공: 빗물연구센터) |
하얀 가운을 입던 공대생이 앞치마를 둘렀다. 푸른 실험실 장갑 대신 빨간 고무장갑을 골랐다.
오늘만은 하얗게 밤을 새우던 연구대신 하얀 입김을 쉴새없이 내뿜었다. 염분측정기가 아니라 혀로 배추의 간을 재기로 했다.
서울대 빗물이용연구센터는 건물의 버려진 공간인 35동 공과대 옥상에 오목형 빗물 텃밭을 지난 3월 개장했다. 이 텃밭을 지역주민과 학생에게 개방해 공동으로 농작물을 키우면서 대학과 지역의 유대를 강화해 나갔다.
지난 14일~15일 이틀간, 35동 옥상에서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9월에 심은 유기농 배추로 김장을 담그고, 직접 키우던 벌통에서 꿀을 채취하는 것이다. 빗물이용연구센터와 관악도시농업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공대생들과 네트워크 회원 등 20여명이 절인 배추 250여 포기로 이틀간 김장을 담갔다. 같은 시간에 벌통 2곳에서 벌꿀 10㎏을 채집하고, 감자 및 고구마도 수확했다.
250포기의 김장, 감자 및 고구마는 관악주민연대에 기부할 예정이다. 관악주민연대는 관악구 관내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김치를 나누어 준다.
농사가 서툰 학생과 주민이 만나 열 달 가까이 하늘이 준 빗물과 정직한 땀으로 수확물을 일궜다. 물론 서로간의 정도 덤으로 일궜지만…
빗물이용연구센터장인 한무영 교수는 “오목형 옥상 빗물텃밭은 최상층의 전기료를 절감하고, 건물의 열섬현상을 완화시키며, 빗물을 일시 저류해 홍수를 예방하는 효과가 입증됐다”며 “수돗물에 의존하는 기존 텃밭과 다르게 유지가 쉽고 더 튼튼하게 자라는 것을 경험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