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밭두렁이나 쓰레기를 소각하다 실수로 불을 낸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농촌 인구의 상당수가 노인인 데다 고령일수록 큰 경계심 없이 두렁 소각에 나섰다가 위급 상황을 맞으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화를 키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 관행으로 이뤄지는 논·밭두렁 태우기가 병해충 방제 효과는 낮고, 오히려 이로운 곤충 피해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농촌진흥청은 논·밭두렁 태우기를 하면 애멸구·벼물바구미·끝동매미충 등을 일으키는 해충류는 11%가 방제되지만 거미·톡톡이 등 농사에 도움을 주는 천적 곤충류는 89%나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농진청이 경기도와 충청도 지역에 있는 논·밭두렁 3㎡의 면적에 서식하는 곤충의 밀도를 조사한 결과 총 8,164마리가 나왔는데 이중 애멸구, 끝동매미충 등 해충은 908마리에 불과했고, 거미와 톡톡이 등 이로운 곤충은 7,256마리로 조사됐다.
특히 벼물바구미·애멸구와 같은 해충은 야산의 땅속과 논밭 두렁 잡초 흙 속 뿌리에 붙어 월동하기 때문에 불을 놓아도 잘 죽지 않고, 오히려 논두렁에 서식하는 거미와 톡톡이 등 이로운 곤충만 태워 죽이게 된다.
또 논·밭두렁은 태운 지 60일이 지나야 식생과 동물상이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해 75일이 지난 뒤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자연생태계의 교란과 파괴로 인한 2차 피해도 우려된다.
농촌진흥청 정준용 재해대응과장은 "해충에 대한 방제 효과보다 천적 곤충의 피해가 더 크고 파괴된 생태환경과 천적류의 복원이 늦어진다는 점을 농업인 교육을 통해 홍보, 예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산림청 집계결과 지난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3,935건으로 연평균 394건이 발생했으며, 주로 3∼5월에 50% 이상 일어났다. 산불의 원인으로는 입산자 실화가 38%로 가장 높고, 논·밭두렁과 쓰레기 소각이 31%, 담뱃불 등 기타가 31%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