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축(社畜)은 ‘회사의 가축처럼 일하는 직장인’을 뜻한다.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행하게 된 이 단어는 주인에게 길들여진 가축처럼, '직장인은 회사에 길들여졌다'는 자조를 담은 말이다. 우리나라의 직장인들 역시 크게 공감했던 것일까. ‘사축’이라는 키워드는 소개 즉시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르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페이스북에는 ‘사축일기’라는 페이지가 생겼고 이를 구독하는 사람만도 8,000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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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축일기’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됐다.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인 강백수(강민구) 씨가 지었다.
책 속 '작가의 말'에 따르면 ‘안아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시도 노래도 되지 못하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엮었다’고 밝혔다.
이 책은 일하는 사람들과 상황을 한마디로 ‘웃프게(웃기면서도 슬프게)’ 보여준다. 고학력과 각종 자격증으로 무장한 신입사원의 한탄을 담은 '필수 스펙'에서는 "토익, 토익스피킹에 HSK 점수까지 따왔건만 외국인 바이어는 언제 만나는 건데, 해외 출장은 언제 가는 건데, 언제까지 거래처 부장님이랑 폭탄주만 말고 있어야 하는 건데?"라며 직장생활의 현실을 꼬집는다.
‘사축일기’는 이처럼 회사생활에서 생기는 고충을 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어차피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이자 일상임을 알기에, 그 모든 무게를 극복하는 힘으로 ‘유머’를 사용한다.
'우리 회사의 7대 불가사의'에서는 ‘1. 월급이 적을수록 업무량이 많다’, ‘2. 일을 빨리하면 퇴근이 늦어진다’, ‘3. 일을 못하면 회사 생활이 편하다’, ‘4. 일을 너무 잘하면 욕을 먹는다’, ‘5. 그 높은 경쟁률을 뚫고 쟤가 입사를 했다’, ‘6. 저 인간이 팀장이고’ ‘7. 저 인간이 부장이다’라는 말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회사생활의 법칙을 요약한다.
문학평론가 이병철 씨는 “사축일기는 회사의 가축이 되어버린 이 시대 모든 미생들을 초대하는 단체톡방이다. 사축들이여, 여기서 마음껏 웃고 울고 씹고 뜯으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일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저절로 든다. 또 ‘지금 행복할 것인가, 미래에 행복하기 위해 참아낼 것인가’와 같은 직장인의 오래된 질문이 새삼스럽게 다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