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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옛날, 어렵던 시절에 만나 손을 맞잡고 조촐하게 치렀던 결혼은 그저 꿈인 듯 희미하다. 기억해보려 해도 잘 기억나지 않는 아쉬움 가득한 결혼식 풍경이다.
6.25 참전용사들이 꿈으로만 남겼던 결혼사진을 찍기 위해 늦가을 한자리에 모였다.
60년 넘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새신랑과 새신부만큼이나 설레는 마음으로 머리와 얼굴을 단장하며 떨리는 웨딩 촬영을 기다렸다.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서로 마주 보며 수줍어하는 모습은 여느 신혼부부와 다르지 않았다. 여러 커플이 한번에 촬영하느라 오래 기다려 지칠 만도 하지만 왠지 피곤하지 않다.
지난 10일, 국가보훈처가 주최하고 나우웨드가 후원한 ‘6.25 참전용사 결혼사진 촬영’은 예식을 제대로 치르지 못해 결혼사진이 없는 노부부 13쌍이 함께 했다.
촬영 중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경험도 있었다. 최고령 할아버지가 곱게 단장한 김에 영정 사진도 찍어줄 수 있냐고 묻자 이내 현장이 눈물바다가 되었다는 후문이다.
행사에 참여한 안영분 할머니(83)는 “생전에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 찍을 날이 올 줄 몰랐어. 옛날엔 그냥 부모님이 짝지어 준 대로 눈감고 살았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웨딩촬영에 이은 결혼식은 이날 국가보훈처 뮤지엄웨딩홀에서 각계각층의 많은 관심속에 합동으로 치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