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피부염을 앓는 어린이를 둔 가정이라면 실내공기 정화가 시급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새집으로 이사했을 경우 자연환기나 베이크아웃 등 새집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아토피피부염 악화를 막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환경보건센터 안강모·정해관 교수 연구팀은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과 함께 지난 2009년 5월부터 2010년 4월 사이 어린이집 한 곳을 1년 동안 관찰하면서 실내 공기 질과 아토피피부염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이 어린이집은 원생 76명 중 30명이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었으며, 연구기간 동안 한 차례 신축 건물로 이사하는 등 주변 환경의 변화가 있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신축 건물로 이사한 직후 실내 공기가 급격히 악화되다 이후 천천히 회복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미세먼지 농도(PM10)는 이사 전 43.7 μg/㎥에서 이사 직후 65.6 μg/㎥으로 급격히 늘었다가 환기 등의 조치가 이뤄지자 41.1 μg/㎥로 줄어들었다. 또 이후 6개월은 48.5 μg/㎥로 엇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됐다.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역시 18.5 ppb에서 이사 후 80.5 ppb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가 베이크아웃 등을 거치자 23.2 ppb로 낮아져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밖에도 벤젠이나 톨루엔, 이산화질소 등과 같은 실내공기 오염을 유발하는 물질도 마찬가지 경향을 보였다.
기존의 어린이집 위치가 교통체증이 심한 도로에서 불과 150m 떨어진 곳이었던데 반해 새로 이사한 곳은 공장이나 교통체증 등 오염원과 거리가 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집에서 나온 오염물질의 영향이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아토피피부염 환아들이 가려움 등의 증상이 발현하는 비율은 실내공기의 오염물질의 변화에 따라 증가하거나 줄어들었다.
기존 어린이집에서 가려움증 발현율은 31.9%이었으나 이사 직후에 43.8%로 늘었다. 이사 후 환기 등을 했음에도 가려움증의 발현율은 50.5%로 유지되다 6개월이 지난 후에야 35.4%로 줄었다.
이는 실내 공기를 정화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오염물질에 노출되면 이미 악화된 아토피피부염이 회복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다. 특히 가려움 정도는 톨루엔 수치가 1 ppb 오를 때 마다 이틀 후 12.7% 증가해 주의가 필요했다.
안강모 교수는 “새집에 가면 피부염 증상이 악화되는 것 같다고 막연하게 느꼈던 것을 이번 연구를 통해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게 됐다”며 “각 가정은 물론 어린이집과 같은 공공시설의 실내 공기 관리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저널(PLOS ONE) 지난 5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