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잘못으로 세 명의 아이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먼저 보낸 아이들을 대신해 세 명의 어린이 생명을 구하겠다는 마지막 '숙제'를 마치고자 합니다.”
지난 17일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을 찾은 문건용(80,·가명)씨가 후원금 7,100만원을 전달하며 이렇게 말했다.
36년간 공직에 몸담은 문 씨는 젊은 시절 자식 세 명을 먼저 떠나보냈다. 이 중 두 번째로 세상을 떠난 아이가 ‘백혈병’때문이었다. 감기인 줄로만 알았던 그 아이는 별다른 처치도 받지 못했다.
자식들을 가슴에 묻은 문 씨는 세 명의 아이를 대신해 또 다른 세 명의 생명을 살리겠다고 결심했다. 지독히도 검소한 생활이 시작됐다. 이 '숙제'를 위한 돈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직장동료로부터 짠돌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100만원씩 6차례 적지 않은 금액을 기부했지만 그 누구도 이 사실을 몰랐다.
퇴직을 하고 나서도 경비원 일을 하며 쉬지 않고 돈을 모았다. 그러던 중 건강 악화로 일을 그만두게 됐다. 문 씨는 이제 '숙제'를 끝낼 시간이 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후원금을 전달할 곳을 찾던 중 소아 백혈병의 완치율이 80%가 넘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순간 백혈병으로 떠난 둘째 아이를 떠올리며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후원을 결심했다.
“돌아오는 설에 가족들을 모아놓고 '숙제'에 대해 고백을 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후련합니다."
문 씨가 기부한 후원금 7,100만원은 소아암 어린이 치료비 및 새 삶을 꿈꾸는 소아암 완치자의 장학금으로 전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