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비해서도 권리금이 더 떨어진 업종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5년 간 영업 여건이 급변한데다 내수소비 침체가 지속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점포라인(www.jumpoline.com)이 지난해 1년간 자사DB에 매물로 등록된 수도권 소재 점포 1만1293개를 업종별(30종)로 조사한 결과, 12개 업종의 권리금이 2009년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권리금이 가장 많이 떨어진 것은 이동통신 업종이었다. 이동통신 업종은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국내 이동통신 업체와 휴대폰 제조사의 성장세에 힘입어 동반 활황을 누렸다. 2009년 당시 이동통신 업종 점포의 권리금은 3.3㎡당 602만원을 기록, 조사대상인 30개 업종 중 4번째로 높았다.
그러나 휴대폰 판매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오픈마켓과 휴대폰 커뮤니티 등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온라인 판매자들의 보조금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의 영업 여건은 악화되기 시작했다.
점포 수준도 악화돼 지난해 이동통신의 점포 권리금은 3.3㎡당 387만원을 기록, 2009년 당시 권리금의 64.3%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동통신 업종 다음으로 권리금이 많이 떨어진 것은 편의점이었다.
편의점 업종은 특히 불황에 강한 업종으로 인식되면서 창업자들에게 인기를 누렸고 2009년 권리금도 3.3㎡당 459만원으로 30개 업종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었다.
그러나 편의점 창업자가 우후죽순으로 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대기업 계열의 SSM(기업형 슈퍼마켓)이 새로 생겨나면서 영업 여건이 악화됐다. 지난해 편의점 매물의 권리금은 2009년 대비 24.8%(114만원) 하락한 3.3㎡당 345만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어 주점의 한 종류인 바(bar) 업종 권리금이 2009년 213만원에서 2014년 169만원으로 20.63%(44만원), 당구장 업종 권리금이 126만원에서 100만원으로 20.60%(26만원), 퓨전음식점이 373만원에서 316만원으로 15.2%(56만원) 각각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30개 업종 중 18개 업종은 2009년에 비해 권리금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권리금이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은 한식점이었다. 한식점 권리금은 2009년 3.3㎡당 238만원에서 2014년 3.3㎡당 322만원으로 34.9%(83만원) 올라 상승률이 가장 컸다.
한식점 권리금이 상승한 것은 업종 진입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위기 이후 직장을 나온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한 자영업자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들 중 상당수가 별다른 기술 없이도 창업 가능한 한식점을 선택하면서 수요가 증가해 권리금 상승세로 이어졌다.
이어 고시원 업종 권리금이 3.3㎡당 175만원에서 213만원으로 22.1%(38만원) 올랐다. 고시원은 이전까지만 해도 주택으로 인정받지 못해 창업 및 시설유지, 모객 등에 애로사항이 있었으나 2010년 고시원을 준주택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의류점 업종이 증가액을 기준으로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해 눈길을 끈다. 의류점 권리금은 2009년 3.3㎡당 526만원에서 지난해 621만원으로 95만원(증가율 18.1%) 올라 증가액이 가장 컸다.
점포라인 관계자는 "권리금이 오른 업종은 고깃집, 치킨호프 매장, 커피전문점, 제과점 등 꾸준히 새로운 브랜드가 나오고 신선한 서비스 방법이 지속적으로 개발되는 곳”이라며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현재의 침체 상황에서는 소비자들의 기호와 니즈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