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전체 지하철역 302개 중 역 이름이 한글로 되어 있거나 나루, 여울 등 한글을 포함하고 있는 역은 29곳(9.6%)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승역은 호선별로 각 1개 역으로 구분.
서울시가 9일 568돌 한글날을 맞아 서울 지하철 1~9호선 중 한글로 된 지하철 역명을 조사했다.
그 결과, 역 이름이 한글로 되어 있거나 한글이 포함된 역이 가장 많은 노선은 7호선이었다. 51개 역 중 6개 역 이름이 한글을 담고 있다.
지하철 역명은 서울시 조례에 따라 지명위원회의 자문 의견을 받아 서울시장이 제정한다.
역명을 정할 때에는 ‘옛 지명’을 최우선 고려하며 이어 고적·사적 등 문화재, 고유명사화 된 공공시설 명칭 등 순으로 정한다.
지명위원회는 지리학, 역사학, 국문학, 교통학 등 관련 학문 전·현직교수 등 10명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서울시 백 호 교통정책관은 “지하철 역명은 단순하게 지명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역사문화 전문가, 국립국어원 등 각 분야의 문헌 참조와 고증을 통해 제정된다"며 "어떤 시설물보다도 지역 고유의 역사와 특색을 가장 잘 담고 있는 객관적인 지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KBS) |
* 지역 전설 담긴 지명…둑기 세웠던 '뚝섬', 들에 말 놓아 키웠다 하여 '마들'.
뚝섬역(2호선)은 조선시대 군대가 출병할 때 둑기(纛旗)를 세우고 제사를 지냈다 하여 둑섬·둑도라 불렸던 데서 유래했다. 실제 섬은 아니지만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모습이 섬 같다 하여 ‘뚝섬’이 됐다고 알려져 있다.
충정로에서 마포로 넘어가는 곳에 위치한 애오개역(5호선)은 고개가 아이처럼 작다는 뜻으로 아이고개, 애고개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설, 한성부에서 서소문을 통해 시체를 내보냈는데 아이 시체는 이 고개를 넘어 묻게 했다는 설 등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실제로 과거 애오개 인근에는 곳곳에 아이 무덤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버티고개역(6호선)은 조선시대 치안을 담당하던 군인들이 한남동에서 약수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에서 도둑을 쫓으며 ‘번도(도둑)!’라고 외치던 것이 번티→ 버티로 바뀌었다는 설이 있다.
까치울역(7호선)은 까치가 많아 ‘작동(鵲洞)’이라 불렀던 데서 유래했다는 설과 마을이 작아 ‘작다’는 뜻의 우리말 ‘아치’→ 까치로 변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마들역(7호선)은 역참기지가 있었던 상계동에서 들에 말을 놓아 키웠다고 해서 마들이라 했다는 설과 예전에 이 일대에 삼밭이 많아 순우리말 ‘마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노들역(9호선)은 수양버들이 울창하고 백로가 노닐던 옛 노량진을 ‘노들’이라 부르던 데서 붙여졌다.
* 한글·한자 조합… ‘학(鶴)’과 물살 센 곳 이르는 우리말 ‘여울’ 합해 '학여울'.
학여울역(3호선)은 과거 탄천과 양재천이 만나는 대치동 인근에 백로가 자주 찾아 왔다 하여, 물살이 센 곳을 이르는 우리말 ‘여울’과 조합해 ‘학(鶴)여울’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학여울역 인근은 대동여지도에 ‘학탄(鶴灘)’이라고도 기록되어 있다.
서울 지하철 중에는 잠실나루(2호선), 여의나루(5호선), 광나루(5호선) 등 유난히 ‘나루’가 붙은 이름이 많다. ‘나루’란 강이나 바닷목 등 나룻배가 서는 곳을 말하는데 지명에 나루가 붙은 곳은 오래전 나루터가 있던 곳으로 볼 수 있다.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잠실(蠶室)나루역은 잠원동~점말을 건너는 나루였던 데서 붙여졌으며, 여의(汝矣)나루역은 현재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곳에 마포~여의도를 잇는 나루터가 있었던 데서 유래했다.
한글 지명이지만 한자 표기를 차용한 경우도 있다.
도곡동에 위치한 매봉역(梅峰·3호선)은 산봉우리가 매와 닮았다 하여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마찬가지 동작역(銅雀·4호선)도 옛 지명인 ‘동재기’가 동작으로 변한데서 유래한다.
* 지형·상징물 반영…성황당 있었던 '당고개', 장독 닮은 바위산 '독바위'.
당고개역(4호선)은 옛날에 고개에 성황당과 미륵당이 있었다 하여 붙여졌으며, 과천에 위치한 선바위역(4호선)은 개천 가운데 바위가 서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름 지어졌다.
굽은다리역(5호선)은 현재 천호동 인근 마을인 ‘당말’과 ‘벽동’을 이어주는 다리가 굽었다 하여 곡교리(曲橋里)라 불리던 지명을, 우리말로 ‘굽은 다리’라 이름 붙였다.
불광동에 위치한 독바위역(6호선)은 바위산이 마치 장독 같다 하여 지어졌으며, 돌곶이역(6호선)은 석관동 주변에 위치한 천장산의 모습이 검은 돌을 꿰어 놓은 것 같다는데서 붙여졌다.
보라매역(7호선)의 ‘보라매’는 태어난 지 1년이 안된 매를 가리키는데 지금은 청주로 옮겨갔지만 과거 대방동에 위치해 있던 공군사관학교의 상징이 보라매였던 것에서 유래했다.
샛강역(9호선)은 한강 본류에서 여의도를 휘감아 돌아 나오는 샛강에서 유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