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에 다녔던 러시아 학생 슬로바...결혼 앞둔 조선족 부부...
이주민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안산 원곡동. 지난 26일 세월호 침몰사고로 온 도시가 침통한 가운데 희생자를 기리는 촛불기도회가 국경없는 마을에서 열렸다.
이날 촛불 기도회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참석했다.
안산이주민센터 측은 약 500명 이상의 다문화 외국인들이 참여해 숨진 학생들의 넋을 기렸다고 밝혔다.
먼저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필리핀, 몽골, 중국, 인도네시아 등 각 나라별 대표하는 리더들이 나와 희생자에 대한 애틋한 추모사를 낭독했다.
슬로바의 어린 친구였던 한 학생이 편지를 낭독하자 숙연한 분위기 속에 여기저기 흐느낌이 들렸다.
낭독을 마친 학생은 그자리서 울음을 터뜨리며 한동안 내려오지 못했다.
중국동포연합회 관계자는 "중국 동포들도 모두 세월호 참사를 함께 애통해하고 있다. 이 마음을 전하고 싶어 촛불기도회를 위해 초를 준비하고 전단지를 골목 상가마다 다니며 돌렸다"고 말했다.
촛불기도회 도중 희생자 유가족을 위한 성금모금 행사도 열렸다. 십시일반 정성을 담은 성금은 유가족에게 전달된다.
원곡동 다문화특구 치안센터 관계자는 “안산의 외국인들은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고 어떻게 경과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며 “특히 매일 같이 보던 학생들이 목숨을 잃어 누구보다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국경을 초월해 한마음이 돼 가장 많이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 조선족 등을 애도하며 촛불을 들었다.
또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무사귀환을 간절히 바라는 추모메시지도 적었다.
마지막으로 묵념을 하며 이날 촛불기도회는 끝났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선뜻 일어나지 못했다. 밤이 깊어 갈수록 안타까움은 더 몸을 짓눌렀다.